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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나와의 화해 - 봉인된 감수성을 만나다

by 미래창조코치 2024. 11. 15.

혹시 거부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모습인가요? 

저에게는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칼 융의 그림자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아의 일부를 억압하게 되고, 

그 억압된 측면이 우리 내면에 그림자로 자리 잡습니다. 

이 그림자는 통합되지 않으면 내적 갈등과 불편한 감정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봉인된 감수성

어린 시절 나는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였다. 떨어진 잠자리 날개만 봐도 눈물이 났다. 그러나, 이것은 당시의 경상도 남자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이었다. '가스나(계집애) 같다'는 말은 가장 큰 모욕처럼 여겨졌고, 아버지는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고 하시며 눈물이 많은 나를 꾸짖으셨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단체로 춤을 추던 사진들이 가족 앨범에 다수 있었다. 반짝이는 먼지털이개로 만든 짧은 치마와 손목장식을 하고 머리에는 따를 두른 상태로 군무를 추던 모습이었다. 가난으로 영양이 충분하지 않았던 나는 또래 아이들보다 작고 갸냘픈 모습의 계집애 같았다.

어느날 나는 결심을 하고 계집애 같은 사진들은 모두 갈기갈기 찠어버렸다. 나는 점차 내 감수성을 억누르기 시작했다. '계집애 같다'는 모습은 모두 내면 깊숙한 곳에 봉인하고, 그 위에 단단한 철문을 걸었다. 그렇게 나는 점차 차갑고 무뚝뚝한 사람이 되어갔다. 사진 속 내모습도 차갑고 딱딱한 저승사자 같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강한 남자 만들기

육군에 입대하여 신병교육대를 수료하고 수색대대에 배치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더욱 강한 남자가 되어야 했다. P사단 수색특공대대는 유사시 적지역에 침투해 첩보, 기습, 폭파, 납치, 암살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였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훈련을 새벽부터 밤까지 했다. 동계 및 하계 종합훈련 시에는 한달 이상의 야외 군사훈련(야간행군, 정찰, 매복, 기습타격, 생존은거, 유격훈련 등)을 했다. 그 외의 기간에는 산악구보, 5분 대기조 출동, 야간침투, 주/야간 사격, 대항군 활동, 진지구축/보수, 태권도 및 특공무술 훈련 등으로 일상을 보냈다. 

훈련보다 힘든 것은 선배들의 구타와 얼차려, 가혹행위 였다. 늘상 몸과 마음은 멍든 상태였고 24시간 긴장된 상태였다. '병 상호간 5대 금지행위'라는 경고문구는 장식이었고, 간부들은 보고도 모른체 했으며, 병사들간의 싸움이 생기거나 문제가 생기면 덮기에 급급했다. 항상 날선 상태였기에 다른 중대 및 다른 부대들과도 툭하면 패싸움을 했고 선배들은 후배들을 시켜 그런 싸움을 부추기기도 했다. 나는 점점 강한 남자가 되어갔다. 후천적 소시오패스가 되어갔다.

감수성을 되찾다

20년 전, 코칭을 만나 코치로서 훈련을 받으면서 내면의 그림자와 마주할 기회를 얻었다. 한 번은 속세를 떠나 조용한 곳에서 일주일 동안 머무르며 깊은 자기 성찰에 잠겼다. 그곳에서 나는 어린 시절 억눌러왔던 감수성을 발견했다. 강한 남성으로 살아오며 억누르려 했던 자아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아이와 화해하고 과거의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림자 통합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칼 융의 이론에 따라 그림자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잃어버렸던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차가운 겉모습 뒤에 감춰져 있던 나의 감수성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는 감수성 많은 아이였음을, 그리고 그 아이가 지금의 나에게도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감수성을 잃어버린 리더들

코치로서 여러 조직의 리더들을 만나며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특히 경상도 출신 남성 리더들 중에는 감수성을 억누르고 강한 남성으로 살아온 분들이 많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리더십 발휘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면에는 감수성과 공감능력 상실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거의 고통을 치유하고 자신의 그림자를 통합하는 과정을 통해 리더들의 내면이 회복되고 회복탄력성이 더욱 개발되었다. 나아가 넥스트 레벨의 리더십을 단기간에 개발하는 바탕이 되었다.


나와의 화해가 주는 내적 자유와 평화

진정한 자신과의 화해는 내면 그림자와의 화해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남성성과 여성성, 강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갖고 있는 존재입니다. 

개인의 내적 평화, 가족관계의 회복, 탁월한 리더십의 출발은 이러한 양면성의 조화와 통합을 통해 가능합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온전한 자아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신 안에 숨겨진 그림자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자신과 화해하는 여정을 시작해보세요.

부드러움과 강함의 조화를 추구하는 태극권(태극단도)을 수련 중인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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