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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담장을 넘던 날, 내 인생의 어둠이 시작되었다

by 미래창조코치 2024. 11. 9.

"야, 니 차례다." 친구 A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나는 그 순간 심장이 뛰는 소리를 느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어둠 속에 발을 디딜 수 있다.

나의 어두운 길은 중학교 시절, 담장을 넘으면서 시작되었다.

담장을 넘다

나는 망설였다. 아니, 사실 망설임보다는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했고, 숨이 가빠졌다. 그 감정은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묘한 흥분의 혼합이었다. "머하노 빨리 안하고" 친구는 재촉했다.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그 행동 하나가 어떤 결과를 만들 줄은. 하지만 모든 일은 그렇게 시작되는 법이다. 아주 작은 한 걸음에서.

 

'에라 모르겠다' 나는 머릿속에서 울리는 경고등을 애써 무시했다. 담을 넘기 전,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온몸은 긴장으로 굳어갔다. 마치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느낌이었다. 담을 넘는 그 순간, 내 몸은 떨렸고 손바닥엔 식은땀이 흘렀다. 그것은 단순한 담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규칙과 질서, 사회적 기대에서 멀어지게 하는 경계였다. 그러나 나는 알지 못했다.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황홀한 유혹

"야, 빨리 타." B는 거리에서 훔친 자전거에 친구들을 태웠다. 4인의 탈주범은 2대의 자전거에 나눠타고 포항 시내로 내달렸다. 오락실 부근에 도착하자 그들은 비장의 무기를 하나씩 꺼냈다. 자동차 와이퍼에 들어있던 강철철사나 전기라이터의 압전소자 점화기였다.


그 용도는 전자오락기에 돈을 넣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주머니에 동전도 몇 개 없던 시절에 이것은 획기적인 물건이었다. 물론 오락실 주인에게 발각되면 큰일을 치르게 되지만, 부정행위를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이 전자오락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었다. 


시내 오락실에서의 치열한 전투는 마치 마법처럼 현실을 지워주었다. 오락실의 번쩍이는 불빛과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흘러넘쳤다. 나는 꽉 막힌 학교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모든 고민을 잊을 수 있었다.

어둠 속으로 한걸음 더

한동안 미친 듯이 오락을 한 뒤, 우리는 어느 가게 근처에 도착했다. A는 나에게 "잘 바라"라고 하고는 C와 함께 가게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의 후드티와 주머니에서 소시지와 초코바 등이 쏟아졌다. "밨제? 니 차례다. 갔다 온나." 나는 얼떨결에 B를 따라 가게로 들어섰다. A와 C는 가게 밖에서 기다렸다. 쿵쾅거리는 가슴으로 간신히 미션을 수행했다.


"꺼내바라" A의 말이 끝나기 전에 B는 A에 필적할 만한 전리품을 꺼내며 자랑스러워했다. 나의 옷에서는 초코바 하나가 나왔다. "꼴랑 이거 뿐이가? 쪼잔하게..." 나는 괜시리 쫄렸다. "개안타. 담에 더 잘하모 되지." 나는 몰랐다. 그것이 더 깊은 어둠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더 깊은 곳으로

며칠 뒤, 선생님의 감시를 피해 다시 학교 담을 넘었다. 담을 넘는 것은 점점 쉬워졌다. 그날도 시내 오락실에서 화려한 전과를 올린 후 다시 거리로 나섰다. 격전을 치르고 등과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거리의 바람으로 땀을 말리며 이동했다. A는 무리를 이끌고 만화가게로 향했다. "오늘은 만화방이다." 그의 눈빛은 전에 없던 반짝임을 띠고 있었다.

"각자 실력만큼 쌔벼라" 지령이 떨어졌다. 심장은 내 의지를 거부하듯 거세게 뛰었다. 나는 주인의 눈치를 보며 진땀과 함께 간신히 만화책 한 권을 품안에 숨겼다. 어둠의 친구들은 그렇게 나를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 안의 무엇인가가 망가졌다는 것을.

빛을 찾아서

그 후로 몇 번이나 같은 일을 반복했다. 친구들은 여전히 웃으며 어두운 행동을 자랑했다. 그들이 즐거워할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죄책감은 점점 더 깊이 나를 잠식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결심했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더는 그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나에게도, 남들에게도 위험한 길이었다.

 

"고마하자." 내가 말했을 때, 친구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와그라노?" A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한때는 빛처럼 보였던 그들이 사실은 어두운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후환이 두려웠지만 '멈춰야한다'는 생각이 내 심장을 강화시켰다.

평화를 향한 선택

어렵게 어둠에서 빠져나왔다. 그 이후로 나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바른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때의 경험은 내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어둠 속으로 빠지는 것은 쉬웠지만, 다시 빛을 찾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사람은 누구나 한때 어둠의 길로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길에서 벗어나 다시 밝은 길을 선택하는 용기다. 나는 밝은 길을 걷기로 했고, 그 길 위에서 느끼는 평화가 진정한 자유임을 알게 되었다. 그 선택이 내게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진정한 마음의 평화는 밝은 길을 걸어야 가능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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